재테크 얘기를 서두에 꺼내고 자산배분 얘기하면 “이런 쌩뚱맞은…”하는 생각이 들거다. 특히, 대학에서 재무관련 공부 좀 했다고 하는 분들은 자산배분하면 “그까이꺼 그게 뭔데? 책에 나오는 그런 고리타분한 걸로 무슨 재테크?” 할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형 연금, 기금, 자잘한(3000억~1조 정도 규모의 ) 중형 정부 기금 이나 중대형 공제회들 중 어느 한 곳 자산배분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연기금, 공제기금에서도 자산배분의 중요성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형식적이고 보고를 위해서, 감독기관에 대한 면피용으로, 또는 하라니까 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자산운용은 주식이나 ELS, 기껏해야 펀드에 투자하고 짧게는 1-2주, 길게는 2-3개월 내에 30~50%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 줘야 성공적인 자산운용이 아니냐 할거다. 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 지 6-7개월에 20~30%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거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3~4년에 1~3억 정도의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생각하게 될거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자주 오지 않는다.
재테크의 시작 단계에 왜 자산 배분과 인생설계 얘기를 꺼내는가하면 많은 재테크 수단들을 누구나 아무때나 모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경우 할 수 있는 재테크와 돈이 어느 정도 모인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방법, 월급이나 수익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쓸 수 있는 수단과 대출이 쉬운 경우에만 쓸 수 있는 수단 등이 모두 다른데 무턱대고 네이버에 나온 “성공스토리”, “3년만에 1억 모으기” 같은 방법을 따라하다가는 곧 피로감과 현실과의 괴리감에 나가 떨어지게 된다.
자신의 나이(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을 고려), 수입(투자금 고려), 장기 목표(내집 마련, 결혼 등 목돈이 필요한 시기) 등을 모두 엑셀에 표시를 하고 다음의 단계를 통해 투자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먼저, 패시브(Passive) 투자로 계획을 세우자.
패시브 투자란 Active 투자의 반대 개념으로 적극적인 종목선정과 투자 기법 발굴 등을 통해 시장수익률 보다 한푼이라도 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닌 시장 수익률, 예를 들면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KOSPI 지수에 투자하고 KOSPI 가 움직이는 대로의 수익률을 받아들이는 투자전략이다. 우리가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면 일단 이 Passive 투자 전략을 기본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2012년 11월 1일부터 2017년 10월 30일까지 5년간 주가 수익률은 약 32%로 1년에 약 6.4%의 수익를 기대할 수 있다. 정기예금은 약 3%로 가정하면 3%와 6.4%의 기대 수익률과 각 자산의 변동성을 감안한 Efficient Frontier를 도출 할 수 있다. 이 자산 배분 선 중 감내할 수 있는 적절한 위험 또는 필요로 하는 목표 수익률을 선택하면 정기예금과 주식 투자 비중이 나올 것이다. (자산 배분의 구체적인 절차는 생략)
연기금이나 공제회, 보험사라면 이 자산 배분 비중을 따른 Passive 투자로 해당 투자 기간 (예를 들면 1년, 5년, 10년 동안) Passive 투자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 비중이 60%, 정기예금 비중이 40%라면 KOSPI ETF, 또는 Index Fund에 매년 투자금의 60%를 투자하고 만기를 고려하여 정기예금에 40%를 계속 투자해 나가면 된다.
아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없다. 최초의 자산 배분 계획에 따르기만 하면 되고 복잡한 상품 선택이나 종목발굴이 필요없다. 이 계획으로 엑셀을 통해 5년 후 , 10년 후의 수익금을 계산해 본다. (매년 투자금이 얼마고 1년 후 수익금이 얼마고 2년째에는 투자금이 얼마고 또 수익금이 얼마인지 등등..)
두번째, 부채를 적극 활용하자.
만약 매달 월급을 받거나 지속적으로 수입이 있고 대출이 가능하다면 (인터넷은행의 대출을 적극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에서 작성한 패시브 투자 계획 옆에 나란히 대출 계획을 적어보자. 매년 연초 또는 연 중에 2천만원을 신용대출로 빌려 연5%의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면, 이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 2천만원의 1.4% ( 주식 기대수익률 6.4% – 대출이자 5% = 1.4% )의 추가적인 수익금이 생길 수 있다. 단, 주식이 늘 6.4%의 수익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대출금이 자신의 투자금보다 큰 경우 손실이 발생할 확률(Short fall)이 커지므로 대출 규모를 적절한 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당분간 많이 오른다고 생각될 경우 돈을 왕창 빌려서 인덱스 펀드 또는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는데 단 두달만에 대출받아 투자한 펀드가 반토막이 난다고 상상해 보라. 그냥 혀깨물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니 적절한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패시브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세번째,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자.
AI나 최신의 재무이론으로도 주가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므로 패시브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누구나 생각해도 확실한 기회 ( 정말 정부 정책에 의한 싼 이자의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장기 저리의 이자, 큰 악재를 만나 주가가 당분간 하락할 것이 자명한 일인 경우의 손절매 )에서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인생에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부지불식간에 두번째 기회가 후다닥 지나가 버릴 수 있으니, 확실한 기회가 왔을 때는 투자 계획보다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해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단 주가가 충분히 올랐겠지, 또는 가장 밑바닥까지 빠졌을 때 사야지 하는 생각은 합리성이라기보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가깝다. 주가는 꼭대기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며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의 변동성이 큰 편이므로 과연 밑바닥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큰 악재를 만나 주가가 폭락하여 공포기가 도래했을 때에는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처럼 보이지만 소극적인 리밸런싱 방법 중 하나다).
네번째, 장기 계획을 세우자.
자산 배분은 1주일 또는 3개월짜리 계획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 3년에서 5년 길게는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패시브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장기투자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투자 환경도 바뀌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환경의 변화,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 은퇴를 하거나, 이민을 가거나, 결혼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 재산상의 변동이 발생하므로 중간에 기존 계획을 조금씩 변경 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상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정기예금이 1%대의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업 투자자가 아니라면 3년 또는 5년 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이제 자산 배분으로 투자 계획을 세웠다면 각 상품별로 하나씩 짚어보면서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 살펴보겠다.